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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토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8. 1. 26. 08:27

몇 몇 남자들이 아버지 무덤 주변으로 삽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담고 있는 그 흙 아래에서 하얀색의 토끼 한 마리가 튀어 나왔습니다.

그 토끼의 하얀 털에 흙이 하나도 묻어있지 않음에 놀라고..

그 흙 속에서 질식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꿈만같았습니다.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토끼.. 갑작스러운 환한 세상이 적응되지 않은듯 가만히 섰었고..

죽으려는가 싶어 다가가 바라보니...

그 의심이 무색하게 아직 풀리지 않은 몸으로 저만큼 달아나버렸습니다.

아주 신비한 꿈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동화책의 한 그림처럼..  환타지 소설을 읽고 잔영이 남는 것처럼..

왠지 그 꿈의 잔영이 계속 맴돕니다.

  

 

둘째 아이는 요즘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요즈음 새로 아버지께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제는..

"여호와의 증인일 때는 하나님께서 성서를 열심히 읽고 봉사를 많이 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하셨는데..

 여호와의 증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계시는가요?"라는 질문을 해왔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었으니 우리더러 하나님 성품 그대로인 사랑을 하면서

  하나님의 자녀답게 거룩하게 살으라는 것이시지.."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그것 밖에 없어요?"라며 의아하게 다시 물어왔습니다.

 

아버지! 믿음의 흙이 아직 복음의 씨를 덮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어찌하여 아버지 하나님께선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하나님으로 비춰졌을까요?

 

당신의 아들을, 죄의 권세 아래에 가둬져있는 우리에게로 보내사

우리들의 죄값과 앞으로 지을 죄값까지 십자가에서 도말하게 하시어

당신의 아들을 영으로 부활시키시어 당신의 우편에 앉이셨듯이

당신 아들을 통해 태어난 영의 아들들까지 당신 아들 우편의 자리까지 불려 올리시려는 사랑의 마련을 오로지 당신의 희생으로 마련하셨던 그 사랑의 아버지를...

어린 그들에게조차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계시는 그런 분으로 인식되게 하였을까요?  

 

아이가 무척 감사해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증인조직을 떠날적에 그간의 정을 못잊어 슬퍼하던 그 아이의 그 상처가 이제는 다 나았구나 싶어

안심이 되고 아버지께로 정상적인 신앙이 시작될 것같은 희망이 보여 기뻤습니다.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큰 아이는 살아계신 하나님 아래..

같은 열심과 같은 사랑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다른 분파에서 다른 믿음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며 아버지께 돌아갈 마음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증인조직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고 정말 아픈 마음으로

그 정보가 적힌 부인할 수 없는 자료들을 아이 앞에 내려놓으며

이곳을 바로 떠나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라고 말을 꺼냈을 적에..

"이젠 또 어떤 교회로 이끄실건가요?"

"하나님께서는 우리 마음을 알고 계시면서 왜 증인으로 들어가게 그냥 두셨나요?

 알려 주실 수는 없었나요?"

"우리 형제들은 저렇게 그냥 놔두고 우리만 가자구요?"라고 울면서 따지던 그 아들 아이는 아직 ..

여전합니다.   

 

아이들 앞에 저는 여전히 죄인입니다.

아버지께서 그 아이들을 ..

아니 증인시절 자신들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부모 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증인이 된 그 아이들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그들을 바로 잡아 이끌어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어른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구드립니다.

의인에게나 악인에게나 공평한 해 아래 있게 하시고 공평한 비를 내려주시는 아버지께 간구드립니다.

공의로운 아버지께서 그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공의와 사랑을 보여 주실 것을 확신하지만

그들의 슬픈 현장을 목격했던 증인으로서 ..

저의 안타까운 마음을 그 확신 옆에서 아버지의 능력의 손길을.. 아버지의 지혜를..

간절히 바라고 섰습니다.

 

아버지의 진리의 빛이 밝게 서서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

이런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