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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8. 1. 2. 09:43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이 마음에 아버지의 빛을 가득 담고 싶습니다.

 

어제 밤에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였습니다.

얇은 어둠의 홑이불을 덥고 사랑인지 욕심인지 모를 일들의 방법들을 놓고

대책없이 시름을 하였더랬습니다.

가난한 제 환경들로 저의 안타까움을 도저히 감싸 안을 수 없음에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 하는 사실로

제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만 확인했던 밤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걸어온 날의 길들이 그랬지요.

완벽한 환경의 틀안에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계절의 바람은 늘 맞아야 했었지요.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이 늘 숨쉬는 항아리같은 인생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남 보기에는 등 따숩고 배 부른 인생으로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늘 제 주변의 바람냄새를 다 품고 살 수밖에 없는 살아있는 항아리였습니다. 

 

그런 제 인생이 저로도 참 혼돈스러웠습니다.

감사의 조건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제 내면으로는 편안히 자고 먹고 쉬고 놀고를 허락하지 않는 환경.

 

어떻게 보면 저의 남다르게 예민한 감수성 때문일수도 있겠고

어떻게 보면 제 욕심이 많은 것 때문일수도 있겠고

어찌보면 조금은 억울하지만..

완벽주의적인 경향과 결벽주의자같은 저의 내면의 모습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숨구멍 숭숭 뚫린 항아리로

여러 인생들에게 부는 여러 형태의 바람을 간접적으로 받고 살았던 세월은,

저의 마음은 늘 가난하게 유지하게 되어

감사한 것을 진정 감사한 것으로 여길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문제 많은 이 땅에  저의 희망을 두지 않고

늘 하늘에 둘 수 있게 하여 주었습니다.

 

아버지! 지금이니 여쭙지만..

혹시 아버지께서 일부러 저의 그런 인생길을 마련해 놓으신 것은 아니세요?

꼭 간접적인 부식을 통해, 고집세고 자존심 강한 저의 내면의 흙을 기름진 부식토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요.

 

지난 밤에는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버지께 억울한 말씀을 드렸다면 용서해 주시고요. 

아니면 다른 이들이라면 저의 환경에서 희희락락하며 잘 살 수 있는 환경이지만

정말 저란 아이 자체가 숨구멍 숭숭 뚫린 항아리같아서 그랬던 것일까요? 

 

원인은 알수 없지만 그러한 길을 걸어왔기에

늘 가난한 마음으로 온전히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만을 바라는 해바리가가 되었고,

저의 그 가난함과 초라함이 모두 은혜의 통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은혜를 바라고 내어놓은 

소꿉같은 기도의 그릇이 아버지 앞에 내어놓여질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늘 그때마다 그때마다 그 그릇에 은혜를 가득 가득 부어주셨지요.

기도의 그릇에 아버지의 선물이 채워지는 기쁨이 있었기에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잊지 않고 아버지를 기억하며

그토록 다람쥐처럼 아버지 앞을 들락거렸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전엔 바람없고 봄날같은 초원 길같은 인생길을 남 몰래 몹시도 부러워하였지만

제 나이 이렇게 되고 나서는

이 세상 어떤 공주나 어떤 왕후의 인생도 부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의 인생은 앞으로도 아버지의 은혜 안에서 기쁨의 많은 이유들을 제공하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길로서도 인생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왜 태어났으며 왜 죽어야 하는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무엇이 의로움과 의롭지 못함의 기준이 되는 것인지? 그 기준은 누가 정해 주는 것인지?

 

사람에게 존해하는 선과 악 모두의 주인은 누구인지? 그렇다면 악도 아버지께서 만든 것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어떤 면으로도 모순을 남지 않는 사랑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사람으로서 온전한 사랑을 과연 해 낼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저의 내면속에서 때로는 위로를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원수처럼 저를 고소하고 나서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누구인지?

저의 또 다른 모습인지?

아니면 양심이라 불러지는 그것은 아버지께서 심어주신 아버지의 숨결인지? 

저 자신 안의 그와 이제는 한 마음이 되어 화평케 지낼 수 있게된 은혜의 근원은

과연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

 

이 모든 의문의 답을  그간 저의 인생에서 모두 해결 보았으니

제 인생은 적어도 저에게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선하신 아버지의 사랑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뜻은 오직 아버지 안에서만 저의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세계 안에서만 삶을 가치를 찾은 아버지의 해바라기입니다.

 

이 아침에 저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제게 당연히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제게 있는 것은 모두 아버지의 은혜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 아침 아주 가난해진 빈 마음으로..

아버지 계신 하늘을 바라보고 섰습니다.

 

아버지께서 이 우주에 영광스럽게 건재하여 주시니 저는 그 어떤 걱정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영광스러우심으로 인해 그 영광에 기뻐 활짝 웃는 건강한 해바라기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향하여 부끄럼 없이 얼굴을 들고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