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혼자만의 짝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느낌이 오질 않았거든요.
혼자의 메아리 같았어요.
돌아오는 것은 제 목소리 뿐이었으니까요.
받아보시라 제 마음이 담긴 글을 써
비행기를 만들어 날려보아도
읽은 흔적없이 다시 돌아왔었습니다.
펼쳐 본 흔적조차 없었으니까요.
저에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시는 당신이
야속해지기 시작했었습니다.
제가 미우신가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만 침묵하시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 드러나는 현실은 그랬지만
제 속마음 한 구석엔 그 마음을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저에게 직접 주신 편지는 아니었지만
옛날 아주 옛날에 이 땅에 보내신
당신의 약속을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의 아들까지 아낌없이 주셨던 당신께서
당신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어린 소녀의 마음을
절대 모른척 하실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속은 늘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 마음은 실행력을 가진 발 빠른 에너지였고,
다른 한 마음은 실행력과는 관계없는 막연한 믿음같은 것이었으니..
불과 물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확인할 길 없는 그 사랑의 표현보다 당신의 아들의 십자가에서 보여주진 그 사랑이
그 어떤 표현보다 더 큰 표현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그 마음은,
비록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현시의 표현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 기다림에 지쳐 푸념하는 시간에
그 마음을 붙잡아 기다림의 끈을 놓지 않게 도왔습니다.
오랜 세월의 기다림 끝에 내 사랑이 짝사랑이 아니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그간 제가 기다리던 방법은 아버지의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제 방법으로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지요.
당신께서는 당신과 우리의 만남의 장소를 분명 알려주셨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모습인 영광을 나타내시겠다고 약속하여 주셨지만..
저는 그 약속 장소를 새겨 듣지도 않고
제가 원하는 곳에서 당신을 그리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캄캄한 우주가 내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어쩌면..
제 안의 정신 세계가 우주가 되어
그 우주 안에 아버지께서 당연히 개입하여 주시기를 바라는 것을
저는 믿음으로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하늘을 제 눈 가득 담았듯이
하늘은 적어도 제 시야의 영역에만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유치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위한 동기로 시작한 사랑의 표현들로 저는 당신 앞에 점점 당당해져갔고
마음만큼 당신께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 있으면 당신께 당당히 다가가지도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깊은 바다같은 사랑을 얕은 시내같은 사람의 사랑처럼 생각했었습니다.
약간의 비에 넘쳐나고 약간의 가뭄에 말라버려 흔적조차 없어지는...
하늘 아버지의 속깊은 애정을 유치한 아이들의 사랑놀음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원하는 것 들어주는 친절 하나에 친구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덤덤한 이웃이 되어 버리는 유치한 ...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고 분명히 말씀에 기록하여 주셨지만..
저는 저의 의를 통해서 아버지께 나아가려고 하였고.
제가 생각하는 말씀의 이해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려고 하였던 것을
이제서야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자신의 온 몸을 바치신 우리 주님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은
거짓없는 저의 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 가기 위한 통로가 되어주신 우리 주님에 대한 지식은 문자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사실을 현실로 이해하지 못했었기에,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약속의 장소가 아닌 곳에서 하염없이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오랫동안 약속 장소가 아닌 곳에서 온갖 상상을 하며 기다렸습니다.
더운 햇볕을 받아가며 서글퍼지도록 스산한 바람을 맞아가며 기다렸더랬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게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정 저로 외롭고 힘들고 고달프게 했던 것은
제가 하는 사랑이 짝사랑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저의 사랑이 짝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제가 가진 사랑의 비교할 수 없는 사랑으로 저를 지켜보고 계신
아버지의 사랑안에 있었습니다.
엇갈린 약속장소에서 초라해지고 지친 몸으로 자세가 흐트러지고 주저앉고 하면서
아버지를 원망하던 저를 오히려 불쌍히 여기시고
빛을 통해 아버지께서는 아버지께서 기다리시는 약속의 장소를 저에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곳은 말씀에 분명히 기록된 곳이었습니다.
당신의 희생과 당신 사랑의 표현이신 우리 주님의 피와 살로 만든 길의 끝인
아버지의 영광안에 함께 하나되신 우리 주님 계신 지성소. 바로 그곳에서
그 말씀에 믿음을 두는 모든 우리 형제들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저의 사랑은 절코 짝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많이 많이 기뻐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많이 행복하게 되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