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이 땅에 살면서 받는 또 다른 선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11. 30. 10:53

내 친구들은 늘 그랬었지.

다양한 환경 속에 자라나는 꽃들..

너무나 다른 환경들이었기에 한 데 어우려지지 않는 꽃들..

 

그들과 지내면서 내가 터득한 것은

온실의 꽃들보다 야생애서 자연의 은혜를 직접 받은 꽃들에게서

각기 저 나름대로의 향기가 더 진하게 난다는 것이었지..   

 

그 친구들이 다 내 인생에서의 보물이었어. 

 

온실속에 자라면서도..

야생화의 향기가 더 자연을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벌레 먹고 비바람에 찢어진 잎이 있다 해서 그 꽃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 

 

꽃은 떨어져도 뿌리만 건강하면 또 그 꽃은 건강하게 피어나게 될 때가 있다는 것과.. 

그 뿌리는 꽃과 향기만을 사랑하는 이들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첫 싹을 낼 때 기뻐하고, 

시들어 고개를 떨굴 때에도 같은 마음으로 귀히 보아 주시는 분의 사랑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알게 해 주었지. 

 

결혼하고 그 친구들 곁을 떠나 타향과 같은 곳에서 살아온 지 이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내 살기 바빠 연락을 끊고 살아온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내 기억 속에 그들이 여전히 살아 존재하듯 그 친구들의 기억에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었는지 

하나 둘..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아이들 키우고 사는데 바빠 앞만 바라보고 살던 친구들..

이젠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을 바라볼 때가 되었나 보다.

 

초겨울 날씨에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되려 땅에 누운 낙엽들도..

가지에 앙상히 붙어있는 말라 비틀어진 단풍들도..

갈색으로 시들어 버린 들풀들도 ..

 

초봄 파릇파릇 아름답던 그 모습의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볼 줄 아는 나이가 되어

아직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던 순백의 시절의 친구들을 찾기 시작한다.

 

어디 아파서 수술했다는 소식에 내 살에 소름이 끼치고 가슴이 아려오고

친구의 아이들이 제 자식 마냥 걱정하며 친구의 마음이 제 마음이 되어 하는 걱정들..

 

이 땅의 생명으로 살면서 또 값없이 받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