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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에 죄스럽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11. 15. 11:40

조그마한 저희 약국 옆에 큰 약국이 오픈을 하여 들어왔던 때였지요.

그 사실이 위협이 되어 저희 약국을 불가피하게 확장하던 때

유치원 다니던 딸아이와 방학을 맞아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초등학교 이 학년 아들를

제 어머니에게 맡겨 두었었지요.  

 

약국을 마치고 집에 막 들어가니 전화벨이 울렸었습니다.

급한 일이니 어서 와 보라는 다급한 목소리의 제 어머니의 전화였습니다.

 

어머니 아파트에 다다르자 아파트 입구에 119 차량이 깜박이를 켜 놓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9층에 멈춰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집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숨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큰애가 누워있고 아이의 팔꿈치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었고 보통 굵기의 두배로 부어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상태에서도 제 엄마에게 "다쳐서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괜찮아! 조금 다쳤는데, 뭘.. "이라는 말로 위로하여 주었습니다.

 

119를 타고 어떻게 병원까지 갔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늘 다니던 길이지만 그  차가 어느 길로 가는지 전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제 심장은 거의 멈춘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응급실에 당도하고 담당 의사를 기다리던 중..

 

유난스레 그림을 잘 그리던 아이 손,

유난스레 작은 손으로 살갑게 엄마를 어루만지던

그 작고 귀여운 손에 아무 감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아이는 엄마인 나에게 두려운듯이 조심스럽게  말하였습니다.

 

저는 그 순간 제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솔직히 아이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엄마가 네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그러니 하나님께 네 이 손으로 귀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달라고 기도드리라고 말해주었고,

아이는 제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눈을 감고 기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엑스- 레이 사진을 찍으니

성장판을 크게 다쳐 팔을 못쓰게 될 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소견이 나왔습니다.   

 

담당 의사가 아이의 부러진 팔을 제 자리에 넣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비병을 지르면, 일 초도 지나지 않아 제 입에서 더 큰 비명이 나왔습니다. 

세 네번 뼈를 맞추는 일을 하면서 제 입에선 아이의 비명의 메아리처럼 비명이 터져나왔습니다.

 

아이 낳을 때도 비명 한 번 없이 낳았던 저였지만 그 비명은 어미로서의 본능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잔인한 형벌은, 어미 앞에서

제 몸으로 낳은 자녀를 고문하여 비명을 듣게 하는 것입니다. 

 

응급실에서 팔을 천정에 매달아 둔 끈에 매달고 아이는 잠이 들었지만,

그 옆에서 저는 단 일초도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하나님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당신의 아들을 낮고 천한 땅에 보내시고 그 아들이

"아버지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라고까지 절규하는 순간에도

저희 인류의 사랑을 위해 침묵하셨던 당신의 사랑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때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저희는 정말 죄인들이라는 생각을 하니

응급실에서 잠자는 아이를 보고 있는 저의 모습조차 은혜스러웠습니다.

어떠한 상황을 당하더라도 우린 아버지 하나님께 그 어떠한 말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서 하얀 빛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내가 네 팔을 낫게 해주마!"라는 음성과 함께..

그래서 그 아이는 아직도 아버지가 빛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마취가 되면서 자신안에 있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그렇게 느껴졌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아이는 그 약속을 믿었고, 아이의 팔은 정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회복되었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 오늘 수능을 치러 갔습니다.

 

오늘 아침밥을 먹이면서 그 손을 다시 한 번 만져보았습니다.

다른 팔보다 훨씬 두꺼워져버린 뼈가 그 때의 은혜의 흔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도 저도 이 작은 인생의 관문에 두렵거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시험장에 보내 놓고 나서도 이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새삼스레 아버지께서 당신의 아들을

 낮고 천한 하이에나 소굴같은 곳에 보내셨을 때의 부모로서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보면서

참으로 당신의 사랑을 받기에 죄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실로 진실로 저희가 그 어떠한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아버지께 드릴 입이 없습니다.

 

오늘, 아버지의 그 큰 사랑을 닮아가는데

저의 마지막 피 한 방울이라도 이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려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몸 안에 있는 피 한 방울도 본디 저의 것이 아니었고 아버지께서 주신 것이었으니까요.

제가 이슬처럼 흔적없이 사라진다 해도,

제 눈이 보았고 제 가슴이 보았던 아버지의 고귀한 사랑의 흔적을 제 심장에 담았으니

그 자체로도 은혜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참으로 은혜로운 분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