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yclo'
내 영화보기 파트너는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때 늦게 만난 친구이자 동생을 겸한 그리스도인 동료 안지웅이다.
나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아래이지만 그 친구의 사상과 감정 세계는 나보다 절대 부족하지 않다.
편하기로는 또 얼마나 편한지, 혹여 야한 장면이 나와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진짜 친구중의 친구이다.
유난히 피곤한 날이지만 오늘 밤에 씨클로를 보고 싶다고 말을 하였더니
무릎 덮개와 쿠션, 적당한 히터까지 켜 놓고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친구의 살가운 배려가 순간 얼마나 감사하고 기쁘던지..
그의 사소한 사랑스런 배려가 순간적으로 오늘의 피로를 싹 날려주었다.
내 인생이 참으로 감사한 이유 중의 하나가, 손 내밀면 닿을 가까이에
지웅이 같은 꼭 그런 존재들이 내 옆에 늘 있어왔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들을 주신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 '씨클로'는 베트남 영화였다.
호치민시의 거리를 활보하고 다녀본 것처럼..
달리는 자전거 인력거인 씨클로의 패달을 밟아 번잡하고 무질서한 도시 중심을 달려 본 것처럼..
목으로 등으로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헐렁한 티셔츠로 대강 닦고
고운 흙으로 뽀얀 맨발에 약간의 물을 끼얹으면서 한 날의 일을 마감하는
고달픈 인생들의 삶이 그대로 여실히 표현되고 있었다.
부모가 물려준 것이라고는 함께 사는 피붙이들과
고달픈 생활이 고달프지 않게 여겨질 가난의 일상이었다.
가족 생계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열 일곱살 가량의 소년이 사회의 어둠 속에 빨려들어갔다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다시 기억하게 되는 계기로 서서히 빠져 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자아가 형성되기 전에 배경이 되었던 어린 시절의 환경이 무의식적으로
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 크게 공감이 되었다.
넉넉하고 좋은 환경이 아니라도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기대를 받은 이들은
악한 환경에 저절로 빨려들어갔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본능적으로
이것은 아니다 싶어 어떤 방법으로든 그곳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년의 누이의 연인 그또한
가난이라는 물줄기를 따라가다 자연스럽게 어둠의 세력에 몸 담게 되고,
자신의 여자의 순결까지 지켜주지 못한 자괴감과
영원히 그 어둠의 세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불행한 현실에서
죽음이라는 통로의 길을 선택하여 그 곳을 빠져 나온다.
색깔의 영상으로 인간 내면의 갈구를 표현하고..
같은 도시 같은 구역이지만 물질적 풍요와 빈곤의 차이에 따라 사람의 일상이 나눠져
그 일상들이 얼마나 극렬하게 다른 세계속으로 사람을 몰고 가는지를
영상으로 대비하며 조명하고 있었다.
사람의 내면적 괴로움 속에 술취함의 상태를 흔들리는 빛과 울렁거리는 음악으로
또 자신의 몸에 페인트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부분을 너무 인위적으로 부각시켰던 부분이
영화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게 잠깐만, 강조한듯 하지 않은듯 표현하여
그 짧은 영상에 담긴 느낌을 조금만 주었어도
그 느낌은 전달되었을텐데 말이다.
흐리고 할 일없어 무료한 일요일 오후
깊은 낮잠에서 가볍지 않은 꿈을 꾸고 일어 난 뒤의
진하고도 멍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