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가파른 산길을 지나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걸어 가는 길에서
양지바른 능선 아래로 펼쳐진 하얀 깃털들의 물결을 보았습니다.
억새풀들이 모여 사는 언덕이었습니다.
그곳에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혔습니다.
저 갖가지 나무가지와 아직 건실하게 붙어있는 나무잎들이 서로 부딪쳐서 내는 소리가
실제 바람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의 나무와 나무 사이를 돌며 능선을 타고 다니던 바람이
우리집 유리창을 흔들던 그 바람이었다는 생각에
하나님의 손길로 만들어진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 오십을 바라보고서야
우리에게 가장 좋은 음료는 물이며,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무 사심없이 자연과 하나되어
우리를 지으신 분이 계신 곳을 우러르는 이시간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또한 우리를 좌지우지하던 일상의 기쁨과 슬픔도 변화무쌍한 날씨같은 것에 불과하며,
진정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주인이자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을 잊고
영적인 고아처럼 화려하게 있으나 곧 사라져버리고 말 존재들에 매인 자가 되어
그 존재들로 웃고 우는 허허로운 모습들이라는 것또한 깨닫습니다.
수 많은 생명들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산에서 아버지 하나님의 에너지를 가슴에 담아 왔습니다.
수 많은 생명체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 하나님의 능력을 제 눈에 조심스레 담았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생각이 제 가슴과 눈에 가만히 담겨지면서
물처럼 담백하고 물처럼 유연하게, 물처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가난한 마음이 제 심장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화로운 시간, 자연의 품안에서 곰곰히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저의 주장들이 부끄럽게 떠올랐습니다.
커다란 산의 정상을 가면서 내가 걸어 온 길만 길인 것처럼 주장하던
어린아이의 목청 높은 소리가 아득히 들리는 것같습니다.
거친 바람은 피하려고 애쓰고, 부드러운 바람은 끌어 안으려 했던
부질없던 애씀들이 애틋하게 떠올랐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말이 점점 줄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제가 말을 하려고 하면
말 대신에 자연의 바람소리가 나게 될련지도 모르겠습니다.ㅎ
자연이 아버지의 손길로 만들어졌기에 그곳에서 아버지의 에너지를 받고 온 듯
제 마음과 제 생각엔 일상이 바람같은 것이 되었고
아버지께서 주시는 평안이 제 마음에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이런 시간이 저에게 허락된 시간 중 가장 행복한 때임을 아버지께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