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10. 8. 10:38

난 한번씩 허탈감에 빠진다.

...

 

한 형제로부터 짧은 편지를 받았다.

답장을 하려고 앉았으나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니 좀 더 솔직하자면 화가 났기 때문에 답장을 쓸 수가 없었다.

 

각자 자신들이 가진 신앙의 본질은 같으나

나아가려는 방향이 달라 결국 나눠진 강처럼 흐르는 두 물줄기를 오가면서,

그 벌어진 간격을 좁히려 나름대로 애썼던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마치 양쪽 음식에 숫가락을 넣으면서

양 그릇에 담긴 음식의 온전하지 않은 맛들을 옮김으로 

결국 그릇에 담긴 음식 더 쉬 상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격이 되어버렸다. 

 

나눠진 강줄기의 본질 이외의 인간적인 감정의 침들은 결국 미움의 씨가 되어 자라오를 것인데...

그 걱정이 갑자기 커지면서 화가 나는 쪽으로 나를 몰고 가버렸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려는 사람들이라면 성령의 도움으로 

하나의 진리쪽으로 마음이 모아지게 되어, 시간이 비록 걸릴지라도 모두 해결될 것을.. 

형제들의 하나님 사랑을 굳건히 믿고 기다리면 될 것을 ...

그리 깊은 애정이 아닌 섣부른 애정으로 그것을 완화시키려 했던 그의 노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뜨겁지 않은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이, 온갖 감정적 잡음들의 온상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심장이 미지근하여 품은 것을 모두 소화시켜내지 못하기 때문이니

사실 그의 잘못도 아니리라.

 

사람은 안아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그가 뜨거운 심장 가진 사람인지, 미지근한 심장을 가진 사람인지..

자신을 안아볼 수 없는 자신은 그것을 알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우린 우리 자신을 너무도 모른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 역시 내가 나를 보지 못하는 약함이 있을 것이고..

자신의 모습을 모른 채 느끼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매번 넘어지는 우린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사람으로 사는 것이 허탈해 한 번씩 다리 힘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