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구경
일명 깡통시장..
전쟁 후 구제품과 온갖 수입 물건들을 파는 곳이어서 그렇게 불리워졌다.
지금은 국제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여러사람들의 입엔 아직고 깡통시장으로 불려진다.
어릴 적엔 이모 손을 잡고 그곳으로 흥미로운 구경을 가곤 했었다.
이모가 교직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이모가 학교를 마치고 나를 데리고 나오면 오후 여섯 시가 다 되어갔었고
그 즈음이면 해가 지려고 하여 사방은 컴컴해졌고 반대로 다닥다닥 붙은 상점 곳곳의 전등은 점점 더 밝은 빛을 더해갔다.
노란 백열전등 불빛에 화려한 색깔의 외제 과자와 사탕과 진귀한 물건들은 더 화려하게 보였었고
그 당시 부족함이란 없어서 사치스런 생활을 하던 우리 이모가 찾던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름들의 물건들과 그것을 찾아 내어주는 가게 주인들과의 이야기와 가격 흥정들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눈에 들어오는 신기한 물건들에 정신을 팔고 있는 시간도 꽤나 재미있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늘 가지고 다녔던 손지갑이며 좁고 기다란 지갑속에 들어간 하얀 색 빗과 거울도
그때 그렇게 산 것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다른 아이들이 갖고 있지 않던 특이하게 좋은 물건이 내게 있었다면 그것은 다
이모 손을 잡고 그렇게 산 물건들이었다.
시장을 몇 바퀴 돌면 이모와 내 손엔 물건이 가득했고 그곳에서 중국인이 직접 경영하던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군만두로
저녁을 하든지, 냉면을 먹고 돌아오는 것으로 그날의 시장 구경은 마감되었다.
화려한 그 골목을 벗어나면 밤하늘은 더욱 캄캄해졌다.
그 시장은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이다.
주변에 큰 건물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골목 골목 늘어선 옛날 그대로의 상점들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편이어서인지
예전의 그 골목 상점들이 장사가 더 잘되는 편이다.
그래서 그곳에 늘 사람들로 붐비고..
요즘에는 한 번씩 이모 따라 나선 호기심 가득한 아이로가 아니라
실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주인으로서 나 혼자 그곳엘 간다.
때때로 그곳의 물건이 필요하면..
그러나, 어릴 적 그 선명한 설레임을 늘 가지고 가지만
막상 가면 이제는 별로 재미가 없다.
한 번씩 그때 샀던 물건들이 지금도 여전히 나오는 것들이 있는 것을 신기해 하며
한 번 가만히 만져본다.
이젠 그때 이모보다 더 나이가 든 얼굴로, 내 발이 아주 익숙한 그곳을 돌다 온다.
아무리 물건을 사도, 이모 손을 잡고 돌던 그때의 설레이던 그 기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