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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없는 까만 하늘에 달이 참 곱기도 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9. 27. 21:24

우리 막내 털 다 깍았다고 데리고 가라는 전화를 받은 지 오래..

사방이 캄캄해져서야 그 녀석을 데리러 나섰다.

밤 하늘에 정말 노래처럼 쟁반같이 둥근 달이 별도 없이 혼자 떠 있었다. 

동화책에 나오는 그림같은 장면이라 오래 기억해 두고 싶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저 달은 변함없이 나에게 다가왔었고

난 매년 다른 모습으로 저 달 앞에 섰었다.

조금씩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많이 돌고 돌아 처음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저 까만 하늘에 고운 달이 내 마음에 그대로 걸리는 것이 정말 오랫만이었다.   

 

 

내 인생을 어떻게 펼쳐볼까?

과연 내가 펼치려 하는 대로 펼쳐질까?

내가 가려는 인생길이 정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일까?   

...

내가 살고픈 길은 결국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렸고,

내게 허락된 사람들 속에서 "화평케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늘 기억하는 것이

결혼 후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이자 목표가 되었다. 

...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렸었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나에게 밤하늘은 나의 일상의 하늘이었고

크고 밝은 보름달은 일상이란 그림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


세월은 흘러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걸려서였다.         

 

이제 별 하나 없어 더 밝은 보름달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저 하늘을

나의 인생에 대한 계획이나 염려없이 또한 기대나 실망된는 일이 함께 떠오름 없이

깨끗한 영상 자체로만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내가 철들기 전 아이시절로 돌고 돌아 다시 돌아간 것이다. 

 

오늘 밤 깨끗한 그때 그 아이의 마음이 되어,

아무 사심없이 별없는 까만 하늘 고운 달을 보고 섰다.

오직 그들을 만드신 분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