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이번 여행의 가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8. 25. 09:32

평소 내가 많이 사랑하는 이가 자신이 알고 있는 속담을 알려 주었다.

"사람은 여행을 하고, 여행은 사람을 만든다." 

정말 공감하는 말이었다.

 

꿀벌처럼 자신 앞의 일에만 충실하시던 내 부모님께선

가족과의 여행이란 여유를 가져보지 못하셨고,

워낙 보수적인 분들이시라 학교에서 하는 행사를 제외하고는

집 밖에서 잠을 자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셨다.

 

결혼하고 나서는 또 시어른분들의 그늘과 직업의 현실 특성상

여행다운 여행을 아예 꿈 꿔 보지도 못하였었다.

 

나이 오십을 바라보면서 딸아이와 처음 떠난 여행은

내가 그동안 잃고 있었던 세계와 

내가 원했으나 그 원함 자체를 잊고 있었던 세계를 되찾게 해 주었다.  

 

그 깨끗하고 드넓은 하늘과 땅이 실제 존재하고 있지만,

내 눈에 보이고 있는 하늘과 땅이 전부인것처럼 살았던

우물안 개구리같이 살아온 부분은 나에게도 분명 존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 개인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과 

옳고 그름으로 판단을 요하는 부분에 대해서 분명하게 구분 짓지 못한 채,

목소리를 높였던 그런 경직된 사고의 틀에 대해서 마음의 눈을 돌려 보았다.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있고,

자신들이 먹고 살기에 조금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풍족한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의 

여유롭고 소박하고 단순한 인식구조들이 좋아 보였다.

 

마음을 작게 하여

자연을 가깝게하며 단순하게 사는 삶이

내 어릴적 진정 내가 바라던 인생의 모습이었음이었음이 새삼스럽게 선명하게 떠올랐다.

  

여행이란 새로운 자연환경으로의 여행이기도 하지만,

그 환경에 맞춰져 살고 있는 자연속 생물들과의 만남부터 

그 환경에 어우려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 내면의 의식구조들을 살펴보는데 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대의 흐름 속,  같은 날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 속에서 

나와 다른 형태로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아주 즐거운 것이기도 했다.

  

어젯밤, 딸아이는,

"이제 날 사랑하게 된 것 같애."란 표현을 하며 행복해 했다.

혹시 "내 안에 있는 나를 찾았다" 뭐 그런 표현의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니?"라는 내 말에

아이의 얼굴이 더 환하게 밝아지면서

"맞아요, 그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라 했다. 

 

아이는,

남들이 평가하는 자기 모습을, 자기 모습으로 인식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의 자아를 발견하고 그 자아와의 대화를 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여행은 아이게게 큰 의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나에게는

하나님의 지으신 광할한 세계를 돌아봄으로 

하나님의 영광의 끝자락을 본 감격으로 

위대하신 아버지와 먼지보다도 더 작은 나 자신의 그 공백에

우리 주님의 사랑이 가득 채워져 있음을 느끼고 돌아왔다면,

 

딸아이에게는

내면에 있는 자아가 호흡을 시작했다는 의미와,

자신이 살아온 땅의 환경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직하고 자유스런 담백한 삶의 모습들에서 

자신이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의 구체적인 단면을 보았다는 면에서 

여행의 가치를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여행은 눈에 보이는 손실보다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얻은 소중한 기회였다고 자부한다.

유럽 사람의 평범한 시민들이,

일 년간 열심히 벌은 돈으로 휴가를 즐기는데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 여행으로 그들이 그리하는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것은 여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이미 알고 있고 그리 오래전부터 이미 누리며 살고 있었던 부분을,

때 늦게 어쩌다가 하게된 여행으로 너무 호들갑 떠는 것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인생과 내 아이들의 인생에서는 이제부터라도 

가능하다면 그런 여행의 기회를 자주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