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OLD MOUNTAIN
미국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한 지순지고한 사랑이야기이다.
전쟁터로 나간 남자들의 참혹함과
남겨진 여자들와 노인들의 황폐해진 삶이 잘 나타나 있었다.
목사의 딸로 삶의 터전속 땀냄새보다는
여유로운 삶에서 뿌려지는 향수냄새에 길들여져 자라온 여주인공 '아이다'
시대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야산의 잡초처럼 억척스럽고 강하게 변하는 그녀의 삶에
유일한 굵은 획이 되었던 순결하고 강한 사랑의 큰 강이 흐른다.
그녀와 그녀의 운명적인 사랑 '인만'과의 사랑은
미국의 산보다는 캐나다의 순백의 눈 덮인 웅장한 산맥이 연상되었다.
그 두 사람이 첫눈에 반해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게 되지만
그 사랑은 가엽게도 더 키우고 돌볼 겨를도 없이 전쟁에 빼앗기고
그 가엾은 사랑은 그대로 헤어지게 된다.
그들이 함께 한 대화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으며
그들이 함께 기억하는 장면은
마차에서 싣고 오는 피아노를 치는 아이다와 그 피아노 소리에 고개를 들어 서로 눈이 마주치는 기억.
아이다 자신의 집이기도 한 아버지의 교회 앞에서
서로에게 할 말은 없으나
발을 서로 떼지 못하고 서로 그냥 묶어 두고 있는 알수 없는 감정,
군 입대하는 날,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자신의 사진을 건내 줌으로 자신의 사랑을 대신 고백하는 아이다.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키스.
그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견뎌내는 인내에 비해서는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오로지 몇 가지 되지 않는 그 기억으로 버텨야 했었다.
함께 한 기억이 비록 몇 가지 되지 않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그 둘만의 짧은 기억 하나하나는 각각 작은 보석 주머니가 되어 서로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친구사이에서는 가능하지 않을련지는 몰라도
연인간의 본능적인 이끌림의 사랑에서는 그 것이 가능함을 이 영화에서는 알려주고 있었다.
인만은 이렇게 아이다에게 고백한다.
그녀를 안았을 때의 손의 느껴지던 그 촉감과 느낌을 기억하며 그 힘든 걸음을 걸어 왔으며
눈에 힘이 풀릴 때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오라는 그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노라고...
'아이다'가 신비한 우물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았던,
미래라는 통로에서 눈발 날리는 가운데 까마귀 날며 자신의 사랑의 그림자가 자신 앞에 쓰러지는 환상 그대로,
현실로 그대로 자신 앞에 '아이다' 자신의 삶의 의미였던 인만은 쓰러졌고
그 인만이 마지막 숨을 몰아쉴적
그의 얼굴에 얼굴과 입을 맞대고 사랑을 속삭이며 그를 감싸는 아이다의 심장에
바닥의 하얀 눈과 겨울의 한기는 세상이 멈추는 것과 같은 슬픔으로 스며들었다.
결국 비극으로 끝나지만 그렇다고 비극이라고만은 절대 할 수 없는 두 사람간의 사랑.
내가 '아이다'란 주인공의 자리였다면 그이와의 마지막 해우라도 축복이었노라고 감사할 것이었다.
그가 그녀의 소원대로 그녀에게로 돌아왔고, 이 세상에 그의 아이를 내어 놓을 수 있었으니까.
그다지 큰 감동을 남긴 영화는 아니었으나
짧지만 굵게 사랑하였던 연인들의
깨끗한 사랑과 절개가 돋보이는 빛나는 보석을 들여다 보는 듯한 그런 영화였다.
간결하면서도 정갈한 대사들, 몇몇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영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마음 가볍게 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남자와 여자의 본능덕인 사랑이
아주 아름다운 선물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