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네마 천국'
당분간 영화에 빠져보기로 했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던 것이었으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지나와서 놓쳤던 것을 다시 찾아 보자는 그런 생각.
나에게는 표현하는 예술성은 본디 없었지만
예술을 보고 즐길 줄 아는 눈과 감성을 내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작품을 대하면 그 작품 세계가 바다가 되고 난 그 바다에서 유영하는 물고기가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나다워져 어떤 구속 없는 세계속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살아왔던 환경은 그런 나의 감성적 세계를 즐길만큼 열린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난 내가 잃고 있었던 나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종교의 영향이든 유교적 가부장적인 관습이든 내 안의 나를 억지로 잠재웠던 무거운 돌을 들어내고
내가 좋아하던 것은 무엇인지, 내가 싫어하던 것은 어떤 것인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나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내가 좋아하던 영화로 내 첫 걸음을 떼기로 했다.
"시네마 천국"은 내가 SDA교회에서 종교활동을 열심히 할 즈음에 나왔던 영화라서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던 영화였다.
당시 교회에서 영화보는 것을 규제하고 있었다.
영화는 사람의 감성을 지나치게 자극하여 믿음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뿐더러
영화보며 즐기는 시간을 자기를 위한 시간에 쓰는 이기적인 행위라는 분위기가 팽만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떠할련지는 몰라도 그 당시에는 그랬었다.
그래서 그 교회의 영향을 받은 이후로 영화와는 무관한 사람처럼 살았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은 토토와 엘레나의 가슴에 묻어둔 사랑이야기가 큰 물줄기의 강이 되어 흐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그 사랑들이
각기 다른 아름다움과 자기만의 색을 소유한 보석들이 그를 비춰주며 빛을 내고 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인들의 사랑과 부모의 사랑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하는 사랑...
역시 사람은
신에 의한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사랑에 의해서 자신의 생명이 시작된 것이기에
원초적으로 신에 대한 열정, 연인에 대한 열정이 가장 뜨겁고 강렬한 것 같다.
하지만, 뜨겁다고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나이가 되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제야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나이가 되었는지 모른다.
영화 첫 화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이탈리아라는 것을 눈치채도록
푸른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 올려진 이국적인 화분 속 잎사귀 한 줄기.
그 화면에 하얀 커튼이 펄럭거린다.
순간 난 짐작했다. 순결한 사랑 그리고 외로운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그리고 건강하게 올라온 파란 잎사귀 하나. 그가 주인공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을...
내 추측은 정확했다. ^^
30년만에 자신의 어머니 집을 찾았을 때,
당신의 아들이 돌아올 줄 알고 믿고 기다리고 있었던 그의 어머니
반가운 마음에 실을 손에 쥔 채로 나가시는 그 길 따라
탁자 위에 뜨게질 하던 올이 계속 풀리는 영상은
이야기를 과거로 돌린다는 의미의 시적인 영감의 영상이었다.
그 영상 안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한 사람이 주변 여러 사람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존재하며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말 아름다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