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야. 미안해
오리를 안고 기차를 탄 아이.
동화책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부끄럽게도 내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그 당시에도 그 일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는지
기차 안의 사람들은 웃으면서 나와 오리를 번갈아 보며 웃곤 하였으니 말이다.
내 어머니는 당신의 부모님들에게 참으로 착한 딸이셨다.
외가 어른들께서 워낙 딸에게 잘하니 당신께서도 부모님 몸에 좋다는 것은
어떻게든 구해서 보내곤 하셨다.
외가 어른들께서 평소 고혈압이 있으셨는데 그 오리 피가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오리를 사가지고 오셔서는
거의 반 달정도 집 뒷편에 줄로 매어 놓으셨었다.
때는 여름 방학 때였고 외가에 내려가는 딸 아이의 손에 오리를 들려 보낸 것이다.
서울보다는 부산에서 오리 구하기가 더 쉬울 것이지만
약을 먹여 키운 오리라는 이유로 굳이 사셨던 모양이셨다.
아예 처음부터 내 손에 들려 보내실 심산이셨던 것 같다.
시골 아이도 아니고 난들 그 오리를 큰 가방에 넣어 얼굴만 빼꼼 내놓고
들고 가고 싶었겠는가?
나 역시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지만,
내가 싫다고 한다고 해서 그 녀석을 안 데려갈 도리가 없는 것을 알았던 것인지.
외가에 갈 기쁨이 커서 그 괴로움이 자동으로 묻힌 것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많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기차에서 난 오리를 꼭 안고 있었는데 사실 마음이 아주 착찹했었다.
이 녀석의 운명은 부산에 도착하면 죽을 목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보름동안 밥을 먹여 키웠더니 내가 가면 꽥꽥하며 따라오기도 하여
우리 둘은 벌써 정이 들어 있었던 사이가 된지라
저는 아무 생각없이 내 품에 안겨있지만 이런저런 계산이 되는 사람 아이는
마음이 영 그랬다.
더구나 저와 둘이서만 같이 가는 여행이니 또한 소속감 같은 것도 생기던 터에...
부산역 플랫폼에 기차가 서서히 서자 외가 어른들이 반갑게 올라 오셨고
이내 그 오리는 내 손을 떠났다.
그런데 난 오리가 집에 도착하자 마자 그렇게 바로 죽을 줄은 몰랐다.
난 씻고 마루에서 과일을 먹고 있는 시간
외가 뒷 뜰에서 꽥꽥 목 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할아버지 할머니 앞으로
내 오리 피가 담긴 그릇이 쟁반에 올려져 들어왔었다.
섬짓한 기분과 함께
내가 내 오리를 죽도록 그냥 내버려 둔 것이많이 너무도 미안해서
난 막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