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6. 26. 00:28

신작로 길을 홀로 걷고 있었어.

어떠한 계획도 어떠한 희망도 없이 그냥 걷고 있었지.

누군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어.

길고도 빛이나는 흰 옷을 입은 이라 생각되었지만

내 괴로움이 너무 커 그 어떤 것도 돌아 볼 여유가 없었어.

그래서 내 앞에 놓인 길을 계속 걸어갔어.

한참을 그렇게 같이 걸어가다가는

네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나에게 물어 보더군. 

가슴이 따뜻해지는 목소리라 대답할 마음이 생겼어.

내 옆엔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지.  

하나님이 계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내 착각이었다고 했어.

기도도 허공에 공던지는 것 같은 허망한 것이라고 했어.

아무 대답이 없어

그때서야 궁굼해져 옆을 보니 아무도 없었어.

나 혼자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서러워서 울면서 계속 걸어갔어.

울다가 내 울음소리에 놀래서 깨니 꿈이었어.

 

그래, 나의 시련은 철저한 외로움에서 시작했단다. 

그 외로움은 내가 자청한 것이었지만

그 당시로서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단다.

 

아버지와의 갑작스런 이별,

내가 스스로 포기한 하나님과의 관계. 

이것은 이제껏 나에게 당연하게 누리던 내 자리에서 �겨남을 의미했지.

 

시련의 시작은 

내가 정말 힘들었던 내 어머니와의 갑작스런 종교적 대립이었어.

내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집안에 하나님을 믿는 아이로 인한 것이다라는 말을 절에서 전해듣고서   

내 어머니는 은근히 날 미워하기 시작하셨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어머니께서도 외로우셨으니

당신의 종교에 더 집착하셨던 것이고,

그러다 보니 그런 말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으셨던 게지.

 

내 어머니가 달라지셨지.

내 대학 다닐 때, 교회에 나가던 것 다 인정해 주시고

채식주의자로 선언하였을 때 아버지께서 신앙을 그렇게 편협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나무라실 때에도

내 어머니 뒤로 음식을 따로 하여 주시고, 제사 음식 구별하여 따로 챙겨주시던 그 어머니가 아니었어.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던 중이었지만

아침마다 불경을 틀어 놓으시는 그 소리에 미칠 것 같았거든. 

그것 때문에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어.

소리만 줄였을 뿐인데도 말이지.

 

나의 이제껏 평화로운 삶에 

너무도 낯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거야.

이제껏 미움이라고는 받아보지 않았던 내가 미운 오리가 되어 버렸어. 

미운 오리 대접을 받을수록 난 더 아버지가 그리웠고 그래서 더 슬펐어.  

 

나의 시련은 나의 약점을 알고 다가오는 것이었어.

나같은 경우는 외부적인 압박보다 내면적 혼란을 더 견디기 어려워하는 편이었거든

내가 입고 있던 옷이 벗겨진 채

내가 이제껏 바라보고 오던 목적지도 사라진 상태로 버려진 것과 다름없었어.

갈 곳도 없고, 가고싶은 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는 상태였지.

그 당시 나에게 있어 가장 잔인한 시련이었어.

 

그 시련은 나를 가장 초라한 자리로 이끌어 내리는데 충분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