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끈질긴 씨름 2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6. 21. 10:57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 당시 한인 학생들 사이에 집에서 온 부고 소식이 이상하게 빈번히 들렸다.

 

토요일 오후 학생과에 들렀다가 내 앞으로 온 친구의 편지를 보게 되었다.

 

너무도 평온한 오후

기숙사로 돌아오는 그 길에서 하늘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하였다.

파란 하늘

푸른 주변

들리던 자연의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

갑자기 진공 된 투명한 세계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그 날 새벽에도 여느 새벽처럼 내 아버지 어머니의 구원에 대해서 기도하지 않았던가?

 

그 당시 소원은 내 부모님의 인생 자체가 허무하게 끝나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였었다.

그리고 내 인생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온전히 사용되길 바란다는 기도였었다.  

 

그 날부터 나의 씨름은 시작되었다. 

 

처음엔 원망의 기도였다.

기회를 조금 더 주시지 ... 왜 기회를 거두어 가셨냐는...

하나님과 예수님을 인정하지는 않으셨지만, 

정직한 양심과 올 곧은 마음을 가지신 분인데 지옥의 문을 그리 쉽게 여셨냐는...  

어버지에겐 제대로 된 선택의 기회조차 주시지 않고선...

 

그러나 내 안에서 이것은 아니다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당신 아들까지 죽음으로 내어주셔 우리를 구원하신 분께서

당신을 거부한 것이 아니고 단지 당신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의 피조물들의 인생들을 당신의 구원 밖 세계로 그리 쉽게 몰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망의 기도는 점차 수그러들었다.

내가 모를 어떤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난 내가 모를 그 어떤 것을 알아서

빨리 하나님을 향한

일방적인 불편한 감정적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가지고 있던 성서 지식으로는 해결될 리 만무한 그런 바램이었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신앙생활에 회의감이 들어온 것이었다.

허공에 공던지는 것 같은 기도,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과연 옳은 것인지.

나는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과도 무관한 자기 열심으로만 춤추는 것은 아닌지. 

아무도 보아주지 않고 아무에게도 기쁨이 되지 않을 춤을 홀 구석에서 땀 흘리며

혼자 스스로의 세계에 몰입하여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만 모르고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상황,

그 상황이 난 너무 부끄러워졌다. 심지어 하나님께도...

  

사람 눈에 비치는

장애물에 부딪힌 개미들의 곤한 부산함이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난 그 모든 것 중 그 어떠한 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뒷걸음치다가 결국 뒤돌아

신앙생활 자체를 허무라 울부짖으며

이제껏 왔던 걸음의 역방향으로 눈을 감고 뛰었다.

하나님도 어떤 신도 거부한 채...

 

하나님을 벗어나서 사람들 사이에서 가볍게 새로 살아보고 싶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만 인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