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음
"케이크에 초를 몇 개 넣을까요?"
...
"큰 것 일곱 개 하고요, 작은 것... 한 ...다섯 개 넣어 주세요."
세 개를 달라해야 할지 네 개를 달라해야 할지 그 숫자에 자신이 없었다.
난 매 년 달라지는 식구들의 나이 기억이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사랑 부족이라 할 수 없는 것이 친정 어머니 연세는 시어머니 연세에서 띠로 순번을 내려가야 하니 말이다.
시어머니야 책임의식으로 챙기니 그나마 나은 편이리라.
생일상을 조용한 한정식 집에서 받으시는 시어머니 앞에 케이크가 놓였다.
초를 꼽는 시누는 한 술 더 뜬다.
"엄마, 큰 것 두 개만 꼽읍시다."
"그래, 두 개만 꼽아라. 너무 많이 꼽히는 것도 보기 좀 민망타."
입에 바람 넣어 달랑 두개 꽂힌 초의 불을 끄시는 어머니 얼굴이 많이 늙으셨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고 있으려니
시이모님은 "호성이 애미 얼굴은 시집 올 때 그대로다"라는 말씀이 귀에 들리고
우리 어머니은 "무슨 말을 하노. 젊은 애들 늙어가는 것이 눈에 보여 애가 타고마는..."
이라는 말로 응답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세월과 함께 늙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은
어머니나 나나 똑같은 한 마음이었나보다.
그 옛날,
몇 일 전부터 신경써서 시장보고 손님 치르고 해도 그런 따뜻한 마음 받아보지 못했지만
한가하게 이런 한정식 집에서 편하게 생일상을 보아드려도
기뻐하시고 고마워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간 세월 속에 쌓인 미운 정 고운 정이
오늘의 여유 속 사랑과 애정을 확인하게 해 주나 싶어 은근히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