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눈만 가리고 섰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4. 3. 18:10

어렸을적엔 막연히 불러왔습니다.

하나님 나의 아버지라고요.

 

하늘을 보면 저 구름 너머 높은 곳에 우리 하나님이 계실 것이라 여겨 안심이 되었고 

꽃을 보면 하나님의 우리를 위한 선물이라 좋아했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눈을 땅에 박고 있다가도 철없는 아이처럼 금새 웃으면서 하늘을 향했습니다.

어린 저는 하나님이 참 편하고 좋았습니다.

 

 

점차 하나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분이신지...

그분이 얼마나 크신 분이신지...

 

그러고는 그분을 부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분 계신 곳을 노래하듯 쳐다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바라보기에 제가 부르기에 그분은 너무도 영광스러우신 분이셨으니까요.

 

 

세월이 갈수록 하나님의 우리를 위한 사랑이 가슴 깊게 와닿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신의 영광스런 아들을 우리의 구원자로 내려보내 주신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아들의 충성스러움으로 우리의 충성으로 삼아주신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아들의 고귀한 피를 뿌려 우리의 죄를 정결케하여 주신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첫피조물인 아담과 하와가 당신께 도전한 능력의 자리까지

당신의 아들을 통로로 우리를 그분과 함께 올리우신 분이셨습니다.

우리를, 당신께 죽기까지 충성한 아들과 같은 형제로 당신의 아들들로, 받아주셨습니다.

   

제가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는 한동안 도리어 하나님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감사함이 극에 다다르면 도리어 아무 말이 나오지 않듯이

사랑이 극에 다다르면 도리어 아무 표현을 할 수 없듯이

그렇게 그렇게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게 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 사랑을 감당하기에는 저는 너무 초라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도 또 다른 방향의 믿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것도 믿음이며,

저에게 없는 거룩함도 그분께 구하면, 그분께서 주실 것을 믿은 것도 믿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주님 주시는 선물 감당키 어려워도,

감당케 할 능력을 주실 것을 믿는 것도 믿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숨죽여 큰 나무 뒤에 숨어 있습니다.

 

앞서의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그 큰사랑을 받기엔 아직 제가 너무 준비가 되지 않은 초라한 모습이어서입니다. 

 

제가 이제껏 알고 있던 사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아버지의 사랑의 깊이가 느껴지면서

저는 발 한자국도 나서지 못하고 한 마디 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그 깊은 사랑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부끄럼 많은 아이

눈만 가리고 있습니다. 

 

꼭 그 상태로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