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3. 12. 10:16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바닷속에서 자유롭기까지는요.

 

기름칠이 된 제 몸 때문인지 제 몸에 닿는 물이 기름칠을 한 때문인지 알 수는 없어도

몸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은 이루말할 수 없도록 제 몸을 자유롭게 합니다. 

어떠한 해류를 만나도 저의 진행 방향에 지장을 받지 않을 자유를 느낍니다.

 

제가 바다에 태어났을 때에는 제 옆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아처럼 혼자 헤엄을 배웠습니다.

제 또래 물고기들은, 제 엄마 손을 잡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 가족 아니 제 가족이 속해있는 

무리들과 몰려 다녔습니다.

그때 그때마다 생기는 친구 물고기 따라 그네들의 무리에 끼어보기도 하였으나 역시 늘 외톨이였습니다.

그 무리들의 몸짓 그대로 따라해도 아니 더 열심히 해도 저를 기억해주기 보다는

원래 그 무리 속 제 친구에게만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그때마다 혼자라는 사실이 더 새삼스럽게 서러웠지만 어린 저는,

가만히 있지 않고 앞으로만 앞으로만 헤엄쳐 갔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앞으로 앞으로 가면 하나님께로 가는 줄 알았습니다. 

 

어쩌다 늦잠이라도 자는 날이면 그 무리는 저 만큼 무리지어 가고 있었고,

혼자가 되는 것이 싫어 죽어라 뒤따라가도 그 무리의 물고기들은 제가 그 무리에서 빠져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여러번...  

 

그래도 저는 그 무리 속에 있어야만 하나님께 갈 수 있는 줄 알고

가장자리 끝자락에 붙어가다시피하여도 무리에 속하려 하였습니다.    

 

결국 그렇게 하여 여러 무리들에 끼여 다녀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마다 그 무리들이 향하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처음엔 방향이 달라 어리둥절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 무리들이 향하는 방향이 앞으로 향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곤 '아! 내가 착각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무조건 길잡이 대장 물고기가 가는 방향을 향하여

열심히 열심히 따라갔습니다. 

 

저는 점점 자라 이제는 바닷속 여행이 익숙해지게 되었고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겼습니다.

눈 앞만 바라보고 죽어라고 따라다닐 때에는 항상 앞을 향해 직진하는 것 같았는데

여유가 생겨 주변 바닷길을 감상하며 따라가다 보니,

앞서의 무리를 따라 다닐 때도 그랬지만 현재 속한 무리들이 가는 방향이 앞으로 직진방향이 아니라  

아주 큰 원을 그리며 뺑뺑이를 계속 돌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를 향한 여행이 아닌 열심히 가고 있다는 그 자체가 기쁨이 되는 큰 러닝머쉰을 따라 도는 여행

이었지요.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을 찾아가는 길은, 무조건 몸을 움직여 앞으로 간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큰 무리를 이끄는 길잡이 대장 물고기가 이끄는 길이 무조건 옳은 길은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선 무리를 애써 따라가려는 마음을 버렸습니다. 

이제는 몸을 움직여 가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으니까요. 

 

저는 또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아니 이제는 제가 외톨이가 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천지사방 움직이는 동료 뿐인 이 바닷속,

저마다의 주관을 가지고 제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그 동료들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무리 속에 이탈된 사실 하나만으로 저의 이제껏 외로운 여행이 부질없이 되어 이 넓은 바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엄습해왔습니다. 

방향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내 주변에 의지 할 것 하나 없고, 누구 하나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말해 줄 사람 하나 없을 때,

하나님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바다에서 태어나 고아처럼 처음 헤엄을 배울 때 의지하던 하나님이었습니다.  

하나님께 가고 싶다라는 생각만으로 나의 모든 생각이 비워졌을 때,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으로 인한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하나님을 찾아 나서자는 것이었습니다.

내 양심이 귀가 되고 눈이 되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내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되어 그리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생각은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빛이었습니다. 

 

그동안 익숙하던 몸짓을 버리고 하나님 창조 때의 손길을 기억하는 자연의 물결의 방향에 몸을 맡겼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잔잔한 물결의 방향이, 하나님의 온기가 전해져오는 방향과 일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자연의 흐름의 방향에 오직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만 가지고 몸을 맡겼습니다.

 

이젠 하나님을 찾아가는 길이 더이상 고달픈 여행길이 아니라 그분에 대한 사랑을 더 느끼게 되는

기회가 되었고,

그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살아있는 사랑의 노래와 춤이 되는 길이 되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길에서 저와 같은 외톨박이 인생의 친구 물고기들이 하나 하나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사랑, 같은 기쁨, 같은 소망, 무엇보다 같은 빛을 보고 이곳까지 나아온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도 저처럼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하나님께서 심어주신 양심의 빛을 바라보고 나아오던

닮음꼴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빛 안에는 한 소망, 한 믿음, 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더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감사하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