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사랑하는 님에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3. 8. 18:55

제가 메일의 답장을 하지않고 이 곳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내 사랑하는 님에게 그것이 더 유익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님께서 자신의 인생을 담은 배에 몸을 싣고 넓은 바다를 향할 때 많이 걱정스러웠습니다.

그것은 제가 님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님은 세상이라는 바다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님을 많이 좋아하였습니다.

님이 가진 가족에 대한 뜨거움과 헌신적인 사랑의 향기가 느껴질 때면,

님이 나의 친 동기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늘 생겼습니다.

옆자리에서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을 적에도, 내 귀에 들리는 님의 전화 속 내용을 넘어 나만의 생각으로

도리어 속이 허전할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살면서 정말 원했으나 가져보지 못한 한 가지가 님과 같은 여동생이었으니까요.

 

저는 님을 저 가까이 두고 싶었습니다.

제 욕심도 있었고 또 님에게 남으로는 저만큼 님을 사랑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복이 그까지 미치지 못하여 님께선 배를 타고 멀리도 가셨습니다.

서울이나 광주나 포항이나 거리 차이로 먼 것이 아니라 마음먹고 하루를 비우지 않으면 안 되는 면에선

님께서 계신 곳은 제게 먼 곳입니다.

 

저는 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란 세월을 조금 더 살아온 선배로서 드리는 말이 아니라,

나의 고백이며 나의 후회이며 지금도 진행형의 나의 현재 생활이기도 한 것들입니다.

 

결혼은 진짜 인생의 시작었습니다. 어쩌면 진짜 외로운 길의 시작이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극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이라는 한 개체로 보면 사람은 같은 극의 자석들이었습니다. 서로 밀쳐내는 그 자석의 힘은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이기심과 욕심들이었습니다.

그 이기심의 본질들은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양에 따라 영향을 많이 미치기도 적게도 미치기도

하지만 그 자석의 힘들은 우리들을 참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밀쳐내는 이기심의 힘이 느껴지면 애써 자기 극를 돌려 안아버리는 하나님께 배운 사랑 아니고는

극복할 수 없는 외로운 길이었습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극을 돌리며 안아버리는 생활들에 서로 익숙하기 전까지는 함께 있어 더 외로운 길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결혼을 하고 난 첫 아침을 맞이하고 서있는 모습은,  

그것은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조각하기 위해 객관적인 원석을 마주하고 두 손에 조각용 정과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란히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각자 자기 모습을 다듬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아무리 안타까워도 결코 옆 사람의 모습을 조각해 줄 수는 없었습니다.

단지 다듬는 기술을 교환하며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뿐이었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지요. "부부는 닮는다고요"

 

님께서는 저의 전철을 밟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제 옆의 조각까지 저의 영역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저와 같은 모양새의 조각이 아니면 우리 공동의 조각에 흠을 낼까 괴로워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조각은 오랜 세월을 두고 하는 것이었기에 결정적으로 큰 오점이 남길 한 번의 망치질도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옆 사람의 모습은 그 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자기 본연의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남편에게 옆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많이 사랑해 주어 적어도 내 앞에서는 당당해지는 기쁨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같은 기쁨과 행복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작품을 조각하도록 돕는 것 뿐이었습니다.

 

나의 개성이 스탠다드가 되어 옆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린아이다운 발상이었습니다.

나의 눈에 옳은 것이 모두 옳을 수는 없는 것이며, 사람의 눈에 옳은 것이 계속 옳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이 가만히 있지 않고 변화하는 것이 자연의 흐름이면 흐름이기에

자연 속에 피다지는 꽃들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향하시기를 바랍니다.

옆 꽃잎에 더러움이 앉아 있어도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비와 불게 하시는 바람으로 깨끗이 하여 주실 것입니다.

 

손잡고 하늘을 늘 우러르며 옆 사람이 바람에 유난히 흔들려 나까지 힘들게 하더라도

그 바람에 같이 몸을 실어 자연과 하나가 되어 버리세요.

그 흔들림으로 나의 뿌리가 뽑히지는 않을테니까요.  

 

솔직히 저는 그 사실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님께서는 저보다 많이 이성적이며 지혜롭기 때문에 저보다는 훨씬 잘 해내실 것입니다.

 

제가 이 글을 남긴다고 제가 그리 살은 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그리 살겠다는 다짐일 뿐입니다.

 

저의 하나님이 님의 하나님도 되시어 한 하나님 안에서 하나되길 소망합니다.

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싶어하는 하나님은 이미 님을 위해 말로 할 수 없는 사랑으로

이미 너무 큰 희생으로 님을 위한 마련들을 해놓으셨습니다.

그 사랑이 님의 마음에 전달되길 진정으로 바랍니다.

  

저는 결혼이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결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길의 중요한 과정일 뿐입니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사랑으로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한 구원을 이루어 내는 과정 중의 한 길일 뿐입니다.  

 

그 과정 중의 한 길 뿐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여 지나치게 품지도 내치지도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약점과 장점들이 가볍게 하나님의 사랑 아래 씨실과 날실이 되어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인생이란 아름다운 고운 직물을 짜내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