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자다가 살풋 잠에서 깨었는데 또 다른 내가 어떤 테마를 가지고 기도하고 있는 중인 거였다.
지금 이 상황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떤 물길이 각각 흐르다가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서 만나 다시 하나로 흐르듯
잠에서 깬 존재와 기도중이던 존재는 앞서 기도의 흐름에서 조금도 어긋남없이
기도가 이어지는 거였다.
그랬으니 기도하던 중인 존재와 잠에서 깬 존재는 모두 나였음은 분명하다.
기도의 내용인즉슨 요즘 일상에서 맞닥드리던 나의 두 종류의 트라우마에 관한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계점 앞에서
아버지께서 도와주십사 하는 거였다.
기도하는 면에서는 벙어리인 나이지만 그 순간엔 기름이 흘러나오듯 내게서 기도가 저절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머리가 너무 맑은지 마음이 맑은지 그 기도의 순간 먼지가 한올도 붙어있지 않아 개운하니
너무 행복하다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더더구나 늘 걱정스럽고 애가 타고 안스러운 딸 아이를 위한 기도가 아닌 오로지 내 존재를 향한 어떤 다른 틈도 허락하지 않은 기도여서 더욱 놀라웠다.
내 영혼이 스스로 하는 기도였던 것일까?
영혼은 독립적으로도 기도할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