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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이 하느님에게 / 허형만
우리의 연약함을 보시고
우리의 이파리를 꺾이지 않게 하시며
당신의 이름을 위해 우리를 지키소서
야훼, 우리 하느님
태풍이 몰아쳐도 뿌리 뽑히지 않게 하시고
들불이 번져와도 타지 않게 하소서
비록 어둠 속에서도 두 눈 크게 뜨게 하시며
나팔을 높이 불어 쓰러진 동족을 일으키소서
우리의 햇살을 전과 같이 함께 하게 하시고
우리의 새들도 처음처럼 돌려보내 주소서
짓밟는 자에게 생명의 귀함을 일깨워 주시고
낫질하는 자의 낫은 녹슬게 하소서
야훼, 우리 하느님
우리의 땅은 더욱 기름지게 하시고
우리의 영혼을 버러지로부터 보호해 주시고
우리의 뿌리는 더욱 깊이 뻗게 하시며
우리의 하늘은 더욱 푸르르게 하소서.
저녁은 / 허형만
어떤 이는 돈에 목말라하고
어떤 이는 사랑에 목말라하고
어떤 이는 권력에 목말라하고
그렇게 목말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저녁은 시원한 바람을
강물처럼 풀어 놓는다
지금처럼 저녁은 목말라하는 자들을 잠재운다
어찌어찌 숨어있는 야생화처럼
영혼이 맑은 삶들만 깨어 있어
갈매빛 밤하늘 별을
무슨 상처처럼 어루만지고 있다
귀를 염(殮)하다 / 허형만
보아서는 안 될 것 안 보며 살고자 했다
말해서는 안 될 것 안 보며 살고자 했다
보고 말하는 게 모두 귀로 통하는지라
들어서는 안 될 것 또한 듣지 않고 살고자 했다
했으나, 토굴 면벽하지 않고서야 어이 하리야
마침내 들어서는 안 될 소리 듣고 말았으니
허유(許由)의 귀 씻는 정도 갖고는 어림없는 일
아예 귀를 자를 수밖에, 그래 자른 귀 염(殮)하여
솔바람소리 맑은 양지 바른 곳에 묻기 위해
아흔 두 살 노모 계시는 지리산 속에 들다
...
허유괘표 (許由掛瓢) / 고사전(高士傳)
허유(許由)와 소부(巢父)
허유는 세상을 피하여 箕山(기산)에 숨어 살았다. 그는 욕심이란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진 것이라고는 입은 옷이 전부였다.
요임금이 다스리던 태평성세때 허유도 배를 주리는 일 없이 물을 마시고 싶으면 시냇가에 나가 손으로 떠 마시면 되었고 자고 싶으면 아무데서나 나무 등걸을 베고 자면 되었다.
하루는 허유가 시냇가에 나가 물을 손으로 떠 마시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아낙네가 딱하게 생각하여 그에게 쪽박하나를 갖으라고 주었다 물을 떠 마시는데는 안성 맞춤이였다.
그런데 비록 작은 쪽박이기는 하나 그것도 하나의 재산이엿다 그래서 늘 빈 손으로 홀가분하게 다니던 그에게는 짐이 되었다, 나무 그루터기를 베고 낮잠을 청할 때도 쪽박을 나무 가지에 걸어 두어야 하고 잠이 들었다가도 바람에 흔들려 달가닥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야하니 예전처럼 단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는 쪽박없이 살아온 지난 날이 그리웠다. 그래서 그는 미련없이 버렸다. 버리고 나니 얼마나 개운한지 몰랏다. 이를 일러 "許由掛瓢(허유가 쪽박을 나무가지에 걸다) " 라하니 즉 세상 물욕에 아랑곳 하지 않는 고결함을 비유한 말이다.
그런 허유에게 요임금으로부터 천자 자리를 주겠노라는 제휴가 들어왔다.요임금은 아들이 어질지 못해 다른 온후한 사람을 물색 중이였다.그때 마침 신하들이 현자라고 이름난 허유를 추천했던 것이다.
허유가 거절하여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청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기산 기슭으로 숨어 버렷다.그러나 요임금은 포기하지 않고 자꾸만 사람을 보내 허유를 설득했다. "천자가 싫다면 九州의 長 이라도 맡아 주시오."
그러나 허유는 그것 마저도 거부하며 냇가로 가서 귀를 씻었다.그때 마침 소보라는 소몰이가 같은 냇가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가 허유가 귀를 닦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허유가 말했다. "나에겐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소 .그런데 요임금이 자꾸만 졸라서 귀가 더러움을 탔으니 닥아내는 중이요."
소보가 얼굴 빛을 바꾸며 말했다.
"당신이 정말로 요임금의 부탁을 듣고 싶지 않다면 왜 요임금에게 발견될 곳에 있었습니까?
보다 깊숙한 곳으로 숨어 버리면 될 것을 .그러면 요임금도 포기할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당신은 일부러 눈에 띄는 곳에 있으면서 요임금이 자기를 찾고 있다는 것과, 자기는 그것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명성을 떨치려는 것이 아닙니까?
난 이제까지 당신이 현자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명성만 탐내고 있는 속물이군요. 나는 그런 속물이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내 소에게 먹이는 것이 삻소이다."
소보는 소를 끌고 허유가 귀를 씻은 곳 위로 올라가 물을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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