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흔적들 /담아온 글 ...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박 남준 

 

 

 

미루나무가 서 있는 강 길을 걷는다.

강 건너 미을에 하나 둘 흔들리며 내걸리는 불빛들.

흔들리는 것들도 저렇게 반짝일 수 있구나.

그래 불빛, 흘러온 길들은 늘 그렇게 아득하다.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그토록 나는 저 강 건너의 불빛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던 것이구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흔들리며 손짓하는 그 나무들의 숲에 다가갔다.

숲을 건너기에는 내 몸은 너무 많은 것들을 버리지 못했다.

 

지나간 세상의 일을 떠올렸다.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들끓게 하였던 것들.

끝없는 벼랑으로 내몰고 갔던 것들.

신성과 욕망과 내달림과 쓰러짐과 그리움의 불면들.

굽이굽이 흘러온 길도 어느 한 굽이에서 끝난다.

 

폭포,

여기까지 흘러온 것들이

그 질긴 숨의 끈을 한꺼번에 탁 놓아버린다.

 

네게 다시 묻는다.

너도 이렇게 수직의 정신으로 내리 꽂힐 수 있느냐.

내리꽂힌 그 삶이 깊은 물을 이루며 흐르므로,

고이지 않고 비워내므로 껴안을 수 있는 것이냐.

 

그리하여 거기 은빛 비늘의 물고기떼.

비바람을 몰고 오던 구름과 신린 별과 달과

크고 작은 이끼들 산그늘마저 담아내는 것이냐?